민사

작업 지시 외 작업 중 부상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년도 판결)

정사무장 2022. 7. 26. 15:40

사안

 작업하던 근로자가 건설공사 현장에서 춥다는 이유로 불을 피우려고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목재 팔레트를 망치로 부수다가 나무 파편이 눈에 튀어 실명한 사고에서 사업주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사례.

 

 판결취지

 원고는 겨울철 피고가 진행하던 건설공사현장에서 나무 적재작업을 하던 중 날이 추워 불을 피우려고 땔감을 마련하기 위하여 작업용 목재 팔레트를 망치로 부수다가 나무 파편이 눈에 튀는 사고를 당하였다. 이로 인해 원고는 한쪽 눈을 실명하고 산재급여를 보상받았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 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ㆍ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9947129 판결).

 

 이 사건을 판단한다.

 증거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피고의 2층 컨테이너로 된 사무실 앞쪽 빈 공터인 사실,

 ② 피고가 별도로 제공한 화목난로가 있는 주작업장은 30~40m가 떨어진 곳으로 원고를 비롯한 현장 근로자들이 위 사고 장소에서 관행적으로 계속 불을 피웠던 사실,

 ③ 근로자들은 180리터들이 드럼통에 땔감을 넣어 불을 지폈는데 그 드럼통은 공사현장의 다른 사람들이 마련해 준 것인 사실,

 ④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가 지급한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던 사실,

 ⑤ 피고가 제공한 안전모에 보안경이 장착되어 있었는지는 불분명한 사실이 각 인정된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사정들,

 ①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의 임직원으로부터 불을 피우기 위해 목재 팔레트 해체작업을 구체적으로 지시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현장 근로자들이 관행적으로 불을 피우기 위해 그러한 해체작업을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사고 장소가 사무실과 가까워 피고의 임직원들이 원고가 하는 팔레트 해체작업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를 금지하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원고가 해체하던 팔레트는 사용불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팔레트를 땔감으로 사용하는데 적어도 피고의 묵시적인 승낙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에게 지급한 안전모에 보안경이 장착되어 있었는지 불분명하기는 하나 사고 당시 원고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음에도 피고의 임직원들이 안전모 착용을 강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비록 명시적인 지시 없이 관행적으로 불을 피우기 위해 팔레트 해체작업을 하다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현장 근로자들이 불을 피우는 행위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경우라면, 근로자들이 불을 피우기 위해 목재 팔레트 해체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것이고, 더구나 그러한 사태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안전한 도구를 사용하여 위와 같은 작업을 하도록 지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과 같은 사고의 발생을 방지하는데 만전을 기함으로써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호에 최선을 다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를 게을리 하여 원고가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망치를 사용하여 해체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근로자의 안전관리 등에 있어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손해배상책임의 발생과 관련하여 피고가 별도로 마련한 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피고의 현장감독자 등의 지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스스로 불을 피웠고, 원고가 불을 피운 시점은 휴식시간이 아니어서 다른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며, 피고가 불을 피울 수 있는 땔감을 미리 마련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그 땔감을 사용하지 않고 폐기물이 아닌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목재 팔레트를 부수던 도중 사고가 발생하였고, 톱 등 정상적인 도구를 사용하고 보안경을 착용하는 등 사전에 미리 안전조치를 취한 다음에 땔감을 마련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원고 자신의 부주의로 인하여 목재 파편이 원고의 눈에 맞아서 부상을 입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에 따른 일방적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에게 위 사고 발생의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1심은 이러한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관행적으로 불을 피우던 장소에서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팔레트 해체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가 제공한 다른 화목난로가 있던 장소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피고의 명시적 지시가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불 피우기 행위를 금지하지 않았던 이상 피고의 안전보호 관리영역의 대상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장소에 비추어 원고가 작업시간에 위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관행적으로 허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목재 팔레트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피고의 묵시적 승낙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원고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제공한 안전모에 보안경이 장착되어 있었는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피고는 원고에게 안전모 등 보안경을 착용할 것을 지도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였으므로 피고의 과실이 인정된다.

 다만, 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사고 발생경위나 원고의 과실들은 책임의 제한사유로 참작하기로 한다.

 

 책임의 제한.

 이 사건 사고 발생 경위나 원고의 과실,

 즉 원고가 안전모나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점,

 원고가 관행적이기는 하지만 원고 임의로 불을 피우기 위해 해체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인 점,

 원고 스스로 해체 작업 시 조심하여 작업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에 대한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

 

 결론

 위 판결은 항소심 판결로서, 1심 판결은 피고의 책임이 없다 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했는데 원고가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일부 인용을 받았고, 2심 판결에 대해 쌍방 상고하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