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약서에 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화해계약의 취소가 인정되어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된 사례(전주지방법원 2019년도 판결)

민사

확약서에 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화해계약의 취소가 인정되어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된 사례(전주지방법원 2019년도 판결)

정사무장 2022. 7. 25. 14:00

사안

 주택의 소유자가 인근 공사현장에서 공사업체의 발파로 주택에 손상을 입은 후 공사업체의 공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자 공사업체가 ‘주택 손상을 보상해주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하였고, 주택 소유자가 이에 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화해계약의 취소가 인정되어 청구 기각된 사례.

 

 판결취지

 원고는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이고 피고는 원고주택 인근에서 발파 등을 이용하여 건설공사를 하는 업체이다. 원고는 ‘발파 등 공사로 주택에 타일이 떨어져 내리고 베란다 바닥에 금이 가는 등 하자가 발생했다’고 항의를 하면서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타일 교체, 누수현장 보수 등 원상복구를 해주기로 하는 확약서를 작성해 주었다. 이에 원고는 손해액 감정을 거쳐 피고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이렇게 주장한다.

 즉, 피고가 원고에게 확약서를 작성해 준 것은 민법상 화해계약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이 사건 주택의 하자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아니한 상황에서 원고가 지속적으로 항의하면서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물리력으로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겠다고 하여 원고에게 확약서를 작성해 준 것이다. 그런데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사 결과, 이 사건 공사에서 발생한 발파, 소음, 진동으로 인하여 건축물에 피해가 발생하였을 개연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분쟁의 대상인 전제 또는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착오를 하였던 것으로 민법상 화해계약에 해당하는 이 사건 확약서의 기재내용을 취소한다. 결국 피고는 확약서의 불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이에 대해 판단한다.

 먼저 대법원 판례로서, 화해는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끝낼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으로(민법 제731조),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의하여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되고 계약당사자 간에는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대법원 2002다20353 판결 등).

 

 이 사건 확약서도 확약서 작성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그 경위, 그 구체적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확약서는 당사자 간 이 사건 공사와 관련된 분쟁을 사전에 끝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작성된 것으로 민법상 화해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대법원 2004다53173 판결).

 

 위와 같이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에 관하여(기초사실의 착오) 당사자 쌍방이 모두 그러한 착오에 빠진 경우(공통의 착오)에는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아래의 ① 내지 ⑤의 사실과 사정으로 미루어보아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할 당시 ‘이 사건 공사로 인하여 원고 주택에 하자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쌍방이 별로 의문을 갖지 아니하여 이를 화해의 전제 내지 기초로 삼았고, 다만 이 사건 공사와 관련된 분쟁을 사전에 끝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하자보수의 범위와 이행의 방법에 관하여만 논의하여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으며, 위 전제 내지 기초사실에 대하여 공통의 착오상태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로서는 이 사건 주택에 발생한 하자가 이 사건 공사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하자보수를 약정하여 줄 이유가 없다.

 ② 원고 주택의 인근에 소재한 건물 소유자들이 환경조정분쟁위원회에 신청한 재정사건에서 위원회는 이 사건 공사에서 발생한 발파 진동으로 인하여 신청인들의 건물 등이 피해를 입었을 개연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신청인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③ 원고 주택도 위 재정신청인들 소유의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고 노후화에 따라 하자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발파 진동으로 주택 하자가 발생하였을 개연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이 사건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감정인은 이 사건 공사가 이미 완료되어 현장에서 시연과 영향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사와 주택하자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판단하지 아니하였고 다만 하자보수비만을 감정하였다.

 ⑤ 원고가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할 당시 주택에 발생한 하자가 이 사건 공사로 인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쌍방 다툼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을 보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공사로 인하여 원고 주택에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였고, 결국 이러한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에 관하여 쌍방 모두가 공통의 착오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확약서의 작성을 취소할 수 있고, 피고의 취소 의사표시가 담긴 준비서면이 원고에게 송달되었으므로 이 사건 확약서의 작성으로 인한 합의는 취소되었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확약서 미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결론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위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